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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몰입을 즐기는 작가. 인사동 거리에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인사동은 나에게 제 2의 고향이다. 이유는 1995년 인사동 사거리에서 '백승휴 스튜디오'가 설립되었기 때문이다. 4년여의 고난 기간을 거쳤던 곳이기에 더욱 그렇다. 나는 사진가다. 그런데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약 오른다. 예전에 크로키를 배우러 갔다가 몇시간 하고는 눈이 빠지고, 머리가 돌 거 같아 뛰쳐 나왔던 기억이 난다. 인사동에 가면 그런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을 길거리에서도 만날 수 있다. 

밑그림도 없는, 거침없는 터치로 그려진 부채에 흘림효과와 붓의 질감을 이용하여 눈깜짝할 사이에 탄생되고 있었다. 아마추어들이 이런류 그림들을 그리고 전시장에 걸린 것들은 많이 봤지만, 즉흥적으로 그려지고 고객을 만나는 장터에서 가까이에서 사진 찍기는 처음이었다.

후덕한 인상에 즐기듯 그림을 그리는 작가. '찍어도 될까요?' 라고 묻자, '뭐하시는 분이세요?'라고 묻는다. '사진 작갑니다. 그림이 멋집니다.'라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대답도 듣지 않고 스스럼 없이 셔터를 누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몰입지경이었다. 그걸 즐기는 거 아니냐고 묻자, 알면서 뭘 묻나고 했다. 창작자들의 특혜, 몰입의 즐거움.

성선설과 성악설, 이분법으로 나눈다면 성악설이다. 창작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교화된다고 믿는다. 이 작가의 얼굴에서 창작의 열정으로 인하여 선한 얼굴로 변화된 모습이란 생각을 해봤다. 아니면 말구다.

전시장이 따로 있나?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면 그만이지. 내가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 관객들이 몰리고 있었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디퍼런트와 차별화된 의도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그 작가를 판가름한다. 평가절하되는 상황이 아쉽다. 

작가의 작품을 보기위해, 그 옆으로 나 있던 골목의 담장 너머 소나무가 길게 고개를 빼고 궁금증을 표하고 있었다. 작가는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그리기에 몰입. 누가 뭐라든 신경쓰지 않았다. 즉석에서 작품은 팔린다. 어느 누가 더운 여름날 부채를 부치며  작가의 향기를 맡을 것이다. 그는 그것이면 된다는 표정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때로는...


몰입을 즐기는 작가. 인사동 거리에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