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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Book 포토리뷰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 (낯섬과 익숙함)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요즘 나는 권태에 관심이 많다. '권태를 극복하는 사진찍기'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기도 한다. 피터 루이의 책, 권태에는 '그 창조적인 역사'라고 해석했다. 노인들의 장수 사진을 찍으며, 그들의 '웃을 일이 없어'라는 말에서 권태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 스트레스인지 몇 일 사이 두통이 심하다. 편히 쉬라는 약사의 말대로 영화나 한편 보면서 쉴까해서 본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였다. 교통사고로 단기기억상실에 걸린 여자와 그를 사랑하는 남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코믹하게 풀었다. 사실, 가족이나 주변인과 특히 본인에게는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머리가 아파 기억상실증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상상과 우리도 지금 영화 속 주인공처럼 반복 된 일상을 낯선 일과로 착각하며 사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상상을 부른 영화!

여자에게 작업을 걸어 진도를 냈는데, 다음 날 그 진도가 원위치로 돌아 갔다면 얼마나 허망할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말때문인지 그냥 상상이라고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여자 주인공과 주변인들간의 관계에서 오는 권태와 낯설음이란 단어로 풀어보려고 했다.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것이 사진찍기에서 권태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나는 말한다. 그 방법 중에는 시선이 제일 중요하다. 프레임 속에 사물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뭔가 새롭게 본다는 것, 그것은 창작의 기본 조건인 'different'로 다뤄야 한다. 

여주인공에게는 어제 일을 잊은 채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다. 시간이 멈춰버린 그녀에게 전날은 없다. 그냥 새로운 오늘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가족과 남자친구에게 똑같은 반복된 일상은 권태를 부를 뿐이다. 그런 권태를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며 조금씩 진전되어 가는 모습을 만들어가는 것이 영화의 전개 방법이었다. 과정과 결과는 반복이지만 그들의 사랑을 권태 극복으로 봤다는 의미에서 생각의 'different'로 봐야 할 것이다. 낯설음과 익숙함, 두 단어는 반의어이긴 하지만 묘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일상은 항상 낯설음이 반복되어 익숙해 진다. 그러나 창작은 그런 익숙함 속에서 낯선 것들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익숙함이 낯설음이 되고, 또 낯설음은 익숙함이 되는 것이기에 그 원형은 둘이 아닌 하나라는 뜻이다.

이 영화에서 아침은 각자에게 다르게 다가 온다. 낯설음과 익숙함, 누구에게나 권태는 다가온다. 권태의 공격에서 벗어나는 길은 다른 시선에 달려 있다.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 (낯섬과 익숙함)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