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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어느 밤, 어떤 모임, 무슨 이야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학문적 공감을 갖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목적지를 향해 동행하는 사람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술가들의 모여 송년회를 열었다. 예술가, 과연 뭘 하는 사람들인가? 그런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 제안하고, 함께 그곳에 있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서로를 이야기하고, 같은 음악을 듣고, 한잔 술에 공감하는 그곳에서 함께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인지과학 연구소장으로 계신 여문환 박사님의 인사말씀과 동시에 모임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모였다는 것 자체가 공감하고 있음을 의미하기에 긴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음악을 하는 것들을 어떤 기준으로 영역을 나눌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을 만나는 똑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말하고 있다. 자신의 삶, 일, 그리고 생각들을 말하고 있다. 말이란 언어이자 자기표현 도구이다. 긴 삶을 한 순간 풀어내어 그를 충분히 읽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때가 바로 시작임을 알리는 것이다.

노래하는 사람과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은 같다. 그러나 또 다르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도구가 다르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소리를 내는 것이고, 노래하는 사람은 자신의 몸 속에 담겨진 소리를 꺼내는 것이다. 물론 노래하는 사람에게 소리내는 도구는 몸이다. 그들의 울부짖음은 타인과 동화를 원한다.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몸짓을 보는 것만으로도 극명하게 하나가 된다. 이렇게 밤은 깊어갔다.

여문환 박사님은 나에게 학문탐구에 대한 두려움을 즐거움으로 바꿔주신 분이다. 학문의 깊이에도 불구하고 겸손함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연관 분야를 찾아가는 청년같은 분이다. 혼자보다는 둘이 있어 즐거운 만남. 언제나 그런 부담감으로 만남을 기약한다. 그런 부담과 혼돈을 항상 나의 진행을 채찍질하게 된다. 오늘도 그런 과정 속에서 나 자신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으려 한다.


어느 밤, 어떤 모임, 무슨 이야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