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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

힐링여행, 대마도의 트레킹코스를 너머 어촌으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대마도 마지막날 오전, 편백나무 숲 속에서 트레킹을 했다. 쭉쭉 뻗어 올라간 나무를 쳐다보며 걷기도 하고, 때로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사진찍는 재미에 빠지기도 했다. 답답했던 도심의 일상이 맑은 공기가 세포 속까지 파고 드는 듯 상쾌했다. 제주도보다도 넓은 지역에 25,000명 정도밖에 살지 않아서인지 인적이 드물었다. 많은 생각에 잠기며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기에 딱인 힐링 여행이었다.계곡이 흐르고, 건너에는 대나무와 편백나무가 병풍치듯 가지런히 세워져있었다. 한움큼 떠서 들이키고 픈 충동이 생길 정도였다. 물소리와 새소리, 그리고는 일행의 재잘거리는 소리만이 깊은 산속에 웅성거렸다. 쭈욱 멀리엔 하늘이 보이고 산 속이지만 섬이라는 특성상 바닷바람이 차갑게 느껴왔다. 숲길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 더보기
청담성당 환경개선 축복식날에.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또 받아야 한다. 인간이 외부조건의 영향을 받지 않고 꼿꼿하게 변함이 없다는 것 또한 여간 건조한 삶이 아닐 것이다. 2016년 2월 마지막 주일날, 오랫동안 진행되었던 성당 내부의 인테리어 공사의 결실을 축하하는 식을 가졌다. 아메리카노의 향을 성당 안에서 맡을 수 있게 되었고, 세련된 공간배치가 교우들에게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줬다. 때빼고 광낸다는 말이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모처럼 촬영봉사를 갔던 날이어서 더욱 즐거운 하루였다. 성당의 미사를 비롯한 모든 식은 자신을 다시 한번 정돈하는 시간이다. 교우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새로운 공간이란 존재에 대한 마중과도 같은 의식이다. 반기는 것이며, 그로 인해 스스로가 즐거워지는 것이다. 사진의 처음과 마지막을 수녀님들의 웃는 .. 더보기
보리애찬, 나는 너가 좋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나는 뭐든 광신하지는 않는다. 자존이기도 하지만 광신할 정도로 믿을 게 없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사람들이 애완견을 가족처럼 키우는 이유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불편함과 불신도 한 몫을 했을게다. 개는 최소한 주인을 배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다르다. 물론 그럴 만한 이유도 있겠지만. 항상 자기의 생각으로만 세상을 살아가는 게 인간인지라 그렇고, 또한 내가 하고 있는 말들도 전부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항상 상대적이기에. 음식은 맛으로도 먹고, 살기 위해서도 먹는다. 뭘 먹을지 선택하는데도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풍요로운 시대에 골라먹는 재미보다도 선택적 의무감에 부담을 느낄때가 더 많다. 음식은 약이란 말이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잘못 먹으면 독이 된다. 나는 보리밥을 좋아한다. 현미랑.. 더보기
야간열차 타고 동해로. 연합뉴스 마이더스 3월호 칼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야간열차! 듣기만 해도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마음은 어느 덧 학창시절로 가있다. 기차여행은 바쁜 도시인들에겐 언제나 로망처럼 들린다. 기차는 새벽 4시반 일행을 동해바다로 데려다 준다. 무박이일의 여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설렘과 함께.동해바다는 거센파도로 우리를 맞는다. 바위에 올라 기념촬영으로 응답한다. 손을 흔드는 모습이 덮쳐오는 상황 속에서 구조요청처럼 보인다. 바위로 밀려오는 포말이 긴박감을 주며 시선을 끌게 한다. 차가운 바다바람이 코 속을 후비며 그날의 기억을 또렷이 담아낸다.대관령 삼양목장에 오르다. 눈오길 기도하고 잠 들었던 아이의 꿈은 이뤄지지 않는다. 꿈이 이뤄졌던 날이다. 아이처럼 뛰어 다니며 즐겁다. 아이가 된다. 바람 한점 없는 날이다. 사진가에게 잔잔함이란 아이에게 눈이 .. 더보기
그들은 물건을 팔지 않았다. 보문사 입구에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해는 저물고 갈 길이 바쁘다. 사진 찍는 일은 순간을 담아내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대낮에 찍는 뻔한 사진들에게 얻을 거라곤 권태 뿐이다. 이런 멘트를 날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빛의 질감, 색감, 그리고 방향과 느낌까지도 감정을 주고 받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가 석양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길게 늘어선 그림자, 피사체의 움직임, 아스라이 보이는 섬들과 전기줄이 정겹게 다가온다. 고개만 돌리면 볼 것이 허다하지만 사각의 틀안에 담아서 보여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방법이 필요하고 늘 고심해야하는 이유이다. 운동선수들이 사각의 링 위에서 목숨걸고 싸우는 것처럼 그 못지 않은 몸부림이 시작된다. 관광지에 가면 호객행위에 먹고 싶은 마음도 사라져.. 더보기
석모도에서 소원을 빌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나는 한다면 한다. 올해만해도 두번이나 석모도로 향했다. 지난번 방문 후 다시 오리라 다짐한 결과였다. 나는 정의한다. 섬은 외로워야하고, 찾아가기 불편해야 한다고. 지난번에 가족과 함께 왔고, 이번엔 일행들과 함께했다. 육지에서 엄청 가까운 곳이었지만 배를 타고들어가는 절차가 마음에 들었다. 지난 번에는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짐을 풀었고, 이번에는 석모도 휴양림에서 보냈다.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아니 즐거워야 한다.한겨울에 들렀을 땐 눈이 없었지만 한참 지난 후인 이번엔 해변에 눈이 덮여 있었다. 거무티티한 눈이 몇일전에 내렸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북극 얼음을 상상하도록 의도했다. 해수욕장에 바위가 듬섬듬성있는 곳은 많지 않다. 석모도의 민머루 해수욕장만의 매력이라고나 할까.보문사 뒷편으로 바위산이 있.. 더보기
힐링여행, 대마도를 가다 1.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대마도엘 갔다. 말로만 듣던 그곳에서 셔터 좀 눌렀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한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아주 가까운 곳이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곳이었다. 제주도보다도 넑고, 길게 늘어진 지형이 낯섦을 경험하기에 좋았다. 서로를 배려하는 동료들과 하곳이라도 더 델꼬 가려는 가이드, 그리고 가깝지만 다른 문화를 접하면서 마음이 분주했다. 사람이 안보여 한적하면서도 고독해보여 나를 찾는 힐링여행으로 추천 1순위였다.이름 모를 동네를 찾아 다녔다. 친절한 가이드는 말해줬지만 내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차를 타고 다니다가 찍을 거리가 있으면 차를 세웠다. 워낙 호흡을 자주 맞췄던 멤버들이어서 기동성은 탁월했다. 크지만 먹기엔 좀 그런 노란 열매가 마을 어귀에 주인 잃은 듯 서 있었다. 사진도 찍고 몰래 몇개 따기.. 더보기
새벽,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바닷바람이 불었다. 차갑지도 않은 겨울 바람이 묘한 기분이 느껴졌다. 항상 새벽시장에 가면 분주함에 세포 하나 하나가 살아난다. 야간열차를 타고 부산 도착, 찾아온 곳이 자갈치시장이었다. 닫힌 가게들 사이로 화려한 불빛이 눈길을 끌었다. 나의 카메라는 시장길목에서 찍고 있었다. 자전거 사이로 떨어지는 빛의 그림자를 찍는데 자전거 주인은 휙하니 어디론가 떠났다. 재빨리 셔터를 눌렀는데 느린 셔속이 매력적이다. 막 떠나가는 자전거가 자태를 뽑내는 사진이다. 가로등과 가게 앞을 비추는 불빛이 뒤섞이면서 색감의 대비가 다채롭다. 바닥을 흥건하게 흘러내린 물감이 포근했다. 아직은 인적 드문 상점들, 분주하게 움직일 잠시 후를 그려본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것은 더 긴 하루를 선사받는 것이다. 도매상인가보다. 시.. 더보기
초보 사진가의 시도는 교과서와 같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아티스트의 반열은 탄탄한 기초의 사다리를 통해서 올라간다. 이젠 누구나 찍는 사진이 되었다. 쉬은 일일수록 사상누각이 되기 십상이다.원칙은 철저히 지켰던 창작자에 의하여 허물어진다. 진정한 작가가 되는 관문이다. 감성과 이성이 모아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 완성된다. 소통과 공감이란 위안으로는 불가능하다. 본인에게서 사진을 배우는 최미수라는 초보사진가의 사진을 보며 나의 20대를 떠올리는 기회를 가져봤다. 사진은 기계가 찍어내지만 반드시 작가만의 생각이 담겨야 이 세상에 발을 디딜 수 있다. 산맥을 타고 흐르는 굵은 선이 촬영자의 내면을 파악하고픈 충동을 일으킨다. 해진 후 잔상을 이용하여 하늘의 그라데이션을 찍을 수 있는 매직아워,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한장의 사진 속에 많은 것을 담아.. 더보기
2016년 설 전날밤, 설렘을 찍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장날, 설빔을 사러가신 어머니에 대한 기대, 그리고 서운함. 빠듯한 살림살이의 단면이었다.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떨며 보냈던 겨울 밤의 추억이 고향 친구들과의 소주한잔에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얼큰하게 한잔하고 돌아오는 집 앞에서 만나 풍광, 나의 과거로 돌아가게 했다. 인간은 기억을 먹고 산다. 사진 속에서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사진은 그 기억을 증명해주기에 훌륭한 도구이다. 가로등이 어둠을 밝힌다. 설 전날밤의 술렁임도 밝혀준다. 달리보니 우리집이 새롭다. 친구인 용석이네 마당에서 바라 본 풍광이다. 남들에게는 무조건 낯설겠지만 나에게 낯선 이유는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았던 시선이 바뀐 것이다. 이젠 그리움을 부여잡기위해 애절하게 바라봤기 때문이었다. .. 더보기